과정의 과정 : Process of Processing

전시 평론

Process, Beauty of Secrecy: 과정, 아름다움의 비밀 - 강준영 (1979b, KOR)

• 쏟아내고 표현하 던 20대를 지나 40대 중반으로 접어든 작가 강준영은 비우고 덜어내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약 60여 점의 작품은 단지 결과물에 집중하는 대신, 그 속에 담긴 과정의 복합적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과정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고통과 실패, 그리고 끊임없는 성 찰로 이루어진 여정이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예술가로서의 태도뿐만 아니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우리는 각자의 신념과 잣대를 지니고 삶을 영위한다. 무엇이든 거침없이 라, 우리가 삶을 대하는 주체적인 자세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는 “목표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한다”(*즐거운 학문*, 1882)고 말하며, 인간이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과정이 필수적임을 역 설했다. 강준영 작가의 이번 전시 역시 이러한 철학적 맥락을 반영하며, 단순한 결과가 아닌 그 뒤에 숨겨진 다양한 순간들과 치열한 고민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의미에 주목한다.
• 전시의 주제를 관통하는 ‘과정’에 대한 성찰은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첫 번째는 현대 미술에서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드로잉’ 작품들로, 작가에게 있어 드로잉은 단순한 작업 아이디어 스케치나 구현되지 않은 에스키스의 의미가 아닌, 인고의 시간을 거친 무수한 고민의 과정과 본질적인 가치를 상징한다. 즉, 드로잉은 작업 의 단초이자 완성을 가능케 하는 필수적인 행위이며, 이는 작업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 즉 과정에 대한 성찰을 의미 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일반적으로 드로잉 과정에 쓰이는 건식 재료인 연필과 종이를 흑백으로 사용하고, 시각적 표현은 조형의 기본 요소인 기하학과 점선면을 기반으로 ‘과정’에 담긴 이야기를 스케치북을 넘어 캔버스와 판넬, 그리고 영상과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과 방식으로 풀어낸다.
• 작품의 전개에 있어 중요한 두 번째 요소는 ‘집’이다. 3대가 함께 모여 지냈던 기억과 건축가였던 아버지의 영향 아 래 자랐던 그에게 있어 집은 물리적, 정신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이며, 작업의 출발점이자 영감의 근원이 다. 이전의 작품들을 통해 ‘집’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개인과 가족의 의미와 그 상징성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해왔 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과 건축의 사이 지점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탐구로부터 시작된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해석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 작가는 과거 아버지의 건축 도면과 김중업을 비롯한 한국의 근현대 주거 정체성 을 담은 주거공간의 도면과 입면을 미술 조형 언어의 기본이 되는 점선면과 기하학을 활용하여 다양한 표현 방법과 연출을 통해 미술과 건축 사이의 이야기를 탐구하며 유연하게 표현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과거로부터 현재의 변화 를 살펴보며 향후 우리의 삶과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모색해 나간다.
• 이 두 가지 요소를 통해 구성된 전시는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기하학과 점선면은 미술과 건축 모두에 서 시각 표현의 기초 단위로 사용되며, 공간이나 형태의 표현, 움직임과 리듬 등을 나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다. 그러나 건축에서는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기능적인 역할을 하며, 실제 공간 속에서 물리적으로 구현된다 는 점에서 미술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전시의 첫 도입부에는 건축의 관점에서 사용된 기하학과 점선면을 미술 적 언어로 표현한 작가의 지난 10년 이상 꾸준히 진행해온 드로잉 작업들이 펼쳐진다. 이들 중 구심점 역할을 하는 10미터의 거대한 화폭 위에 펼쳐진 흑백의 추상 작업은 강준영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건축의 요소들을 의미하 며, 한국의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단면과 입면을 기하학적으로 재해석한 작업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전시의 두 번째 장은 도시 건축 설계 프로그램 전문가인 프로그래머 김동철(1982-, KOR)과의 협업으로 진행된 영 상 작업이 관객을 맞이한다. 건축 프로그램의 코딩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도출된 기하학 요소와 기호들로 이 루어진 영상 작업은 작가와 프로그래머의 협업을 통해 미술적 시각으로 재해석된 영상 드로잉이다. 끊임없이 유기 적으로 모이고 흩어지며 반복되는 추상적인 기호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사회를 이루기 위해 이면에 드러나 지 않는 과정을 의미한다. 즉, 현재의 공간과 환경은 누군가의 끊임없는 수고와 협업, 그리고 수많은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는 중요한 가치와 수고로움에 대해 환기하고자 한다.
• 전시의 마지막은 1관과 2관에 이어 ‘집’을 상징하는 기하학을 모티브로 한 변형 캔버스들 위에 회화적으로 표현된 드로잉들과 거대한 테이블 형태의 조형물로 구성된다. 변형 캔버스들은 한옥 및 김중업의 건축물의 상징적인 조형 언어를 재해석하는 의미를 지니며, 마찬가지로 드로잉의 기본 요소를 상징하는 흑백의 컬러와 건축에 있어 기본적 인 물질 요소인 물과 흙을 상징하는 표현들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낸다. 전시의 중심 역할을 하는 사각 형태의 조형 물은 그 자체가 드로잉을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캔버스이며, 현대 미술에서 드로잉의 개념적 확장성을 고찰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담긴 작품이다.
• 현대 예술가로서 강준영은 예술가의 역할과 태도를 자신의 경험과 역사를 통해 탐구하며, 인간 사회와 공간을 새롭 게 바라보고 사유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본 전시를 통해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는 본질적 질문들을 다시금 고민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우리는 종종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속에 서 과정을 간과하기 쉽지만, 그 과정이야말로 예술과 삶의 진정한 본질을 드러낸다고 작가는 이야기하며, 이번 전 시가 그 여정을 함께 나누고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큐레이터 강승민

process of processing

2024.10.05. (Sat) ~ 2024.11.21 (Thu)

Kang Junyoung

Process, Beauty of Secrets: Process, Secrets of Beauty - Kang Jun-young (1979b, KOR)

• In living our lives, we live our lives with our own beliefs and standards. Writer Kang Joon-young, who entered his mid-40s after his 20s when he poured out and expressed anything without hesitation, says he has entered a period of self-reflection by emptying and taking it out. Instead of just focusing on the results, I would like to talk about the complex meaning of the process contained in this exhibition. This process is not just beautiful, it is a journey of pain, failure, and constant reflection. In this process, the artist intends to provide an opportunity to think not only about his attitude as an artist but also about our subjective attitude toward life.
• Friedrich Nietzsche said, "What is more important than the goal is the process of reaching that goal, and within it we find our true values (*Joyful Academic*, 1882)," stressing that the process of suffering and suffering is essential for humans to mature. Artist Kang Joon-young's exhibition also reflects this philosophical context, and focuses on the various moments and fierce concerns behind it, and the meaning found in the process.
• Reflection on the 'process' penetrating the subject of the exhibition is expressed through two important elements. The first is "drawing" works with infinite scalability in contemporary art, and for the artist, drawing is not just a sketch of work ideas or an unimplemented Eskis, but symbolizes the process of countless thoughts and essential values that have gone through the time of perseverance. In other words, drawing is the beginning of the work and an essential act that enables completion, which means a reflection on the artist's attitude toward the work, that is, the process. To this end, the artist typically uses pencils and paper, which are dry materials used in the drawing process, in black and white, and visual expression unravels the story contained in the "process" in a variety of perspectives and methods, ranging from sketchbooks to canvases and panels, video and installation, based on geometry and dotted lines, which are the basic elements of the formation.
• The second important element in the development of the work is 'home'. For him, who grew up under the influence of his father, who was an architect and the memory of the three generations gathering together, home is a space of special meaning physically and mentally, and is the starting point of his work and the source of inspiration. The artist, who has been developing stories about the meaning and symbolism of individuals and families in the background of the space of "home" through previous works, attempted to interpret the space of "home," which began with intellectual curiosity and exploration of the point between art and architecture. To this end, the artist explores and flexibly expresses the story between art and architecture through various expression methods and directions using dotted lines and geometry, which are the basis of art formative language, as well as drawings and elevations of his father's architecture in the past and Korea's modern and contemporary residential identity, including Kim Joong-up. Through this, the artist examines the changes from the past to the present and seeks concerns and questions about how to change according to changes in our lives and values in the future.
• The exhibition composed through these two elements is largely divided into three parts. Geometry and dotted surfaces are used as basic units of visual expression in both art and architecture, and play an important role in representing space or form expressions, movements, and rhythms. However, in architecture, there is the biggest difference from art in that it plays a functional role beyond simple visual expression and is physically implemented in real space. In the first introduction of the exhibition, the artist's drawings, which have been steadily carried out for more than a decade, expressing the geometry and dotted lines used from an architectural point of view in artistic language. Among them, the black-and-white abstract work on a huge 10-meter canvas that serves as a focal point refers to the elements of architecture reinterpreted from the perspective of Kang Joon-young, and consists of geometrically reinterpreted cross-sections and elevations found in Korean architecture. In the second chapter of the exhibition, the video work conducted in collaboration with programmer Kim Dong-cheol (1982-, KOR), an expert in urban architectural design programs, welcomes the audience. Video work consisting of geometric elements and symbols derived through coding of architectural programs and computer programming is a video drawing reinterpreted from an artistic perspective through collaboration between artists and programmers. Abstract symbols that are constantly organically gathered, scattered, and repeated mean a process that is not revealed behind us to achieve the space and society in which we live. In other words, the current space and environment have been achieved through someone's constant effort, collaboration, and numerous processes, and through this, we want to evoke the important values and hard work we are missing in our daily lives.
• The end of the exhibition consists of paintings and huge table-shaped sculptures on transformed canvases with geometric motifs symbolizing "house" following Hall 1 and Hall 2. Transformative canvases have the meaning of reinterpreting the symbolic formative language of Hanok and Kim Joong-up's architecture, and likewise visually embody black and white colors that symbolize the basic elements of drawing and expressions that represent water and soil, which are basic materials in architecture. The square-shaped sculpture, which serves as the center of the exhibition, is itself another type of canvas for drawing, and it contains the artist's will to examine the conceptual expandability of drawing in modern art.
• As a contemporary artist, Kang Joon-young explores the role and attitude of the artist through his experience and history, and presents works that look at and think about human society and space in a new way. Through this exhibition, the artist intends to think again about the essential questions we miss in our daily lives, communicate with others, and think together. We often overlook the process in a society that values results, but the artist says that it reveals the true essence of art and life, and hopes that this exhibition will share its journey and open up a new perspective.

curator, Kang Seung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