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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전시
붓끝 아래의 남산
- 전시기간: 2015.08.22. ~ 2016.03.31.
- 전시장소: 박대성 전시관 1,5 전시실
- “소산 박대성은 현재 서울의 가족과 떨어 져 작품 소재의 현장인 신라의 고도 경주 에서 독거생활을 하고 있다. 이른바 ‘자발적 유배’의 경우다. 우리 역사에서 유배문화는 찬란한 예술적 성과를 낳기도 했다. 조선왕조시대 다수의 지식인들은 권력놀음의 희생양같이 외지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유배생활은 처절했겠지만, 더러는 예술적 성과를 남겨 역사에 빛나고 있다. 윤선도, 정약용, 김정희 같은 인물 이 거목으로 평가되는 배경에 유배라는 일종의 자양분과 같은 내공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당연하지 않은가. 기름진 주지육림 속에서 어떻게 만인의 심금을 울리 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겠는가. 예술작품 의 속성은 외로움과 절실함 그리고 뭔가 만들고자 하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특징이 있다.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 <세한도>는 제주 유배시절의 산물이다. 추사에게 있어 혹독한 제주시절이 없었다면 과연 ‘거장 추사’라는 평가를 그렇듯 쉽게 얻을 수 있었을까.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그렇다. 조선 선비의 유배는 타의 에 의한 결과이다. 하지만 소산의 경우는 ‘자발적’ 유배이다. 스스로 선택하여 외롭고도 절실한 상황 속에서 작품과 맞대결 하고 있는 것이다. 타의의 상황에서 나온 ‘세한’의 의미와 자발적 선택에 의해 나온 ‘신라’의 의미는 차원을 달리한다. 소산은 먹 작업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오늘날 미술대에서 먹 작업을 하는 미술학도는 보기 어렵다. 이 같은 풍조는 화단으로도 연결된다. 그렇다면 대답은 단순하다. 추 사 이래 먹 작업의 정통 계승자는 누구일 까. 추사가 주장한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를 가슴에 품으면서 자유자재의 필력을 구사하는 수묵의 달인, 그는 과연 누구인가. 오늘 한국미술계가 소산 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먹의 정통 계승자이면서 그만의 창조적 해석을 결합하였다는 데에 있다.
- 경주 칩거생활의 결과로 소산은 신라의 풍경과 정신을 화면에 담았다. 그렇다면 소산의 신라정신은 무엇인가. 신라정신의 핵심은 원효(元曉)사상에서 추출할 수 있다.원효는 그의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에서 모든 상대적 대립을 초월한 일심(一心)의 근원은 상대적 도리가 아닌 지극한 도리(無理之至理)이며, 그렇지 않지만 크게 그러하다(不然之大然)라는 대외법적 논리를 펼쳤다. 정말, 그렇지 않지만 크게 그러하다! 원효의 사상은 일심 (一心), 화회(和會), 무애(無碍)로 요약할 수 있다. ‘거리낌이 없는(무애)’ 것, 거기에서 신라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역시 원효의 사상을 무애행(無碍行)으로 정리할 수 있다면, 신라인의 마음도 무애행 의 들어냄이 아니었을까. 소산은 경주에서 ‘신라인’으로 자처하면서, 작품에 ‘신라인’이라고 서명을 하면서 신라정신을 천착하고 있다. 과연 소산이 도달한 신라정신은 어디일까. 원효가 실천했던 무애 행과는 얼마만큼의 친연성이 있을까. 소산의 그림은 이제 기법의 수준에서 정신의 세계로 진입한 만큼 그가 추구한 무애의 실체가 궁금해진다. 그는 진정 신라인 인가. 언젠가 소산은 원효와 즐겁게 만날지도 모른다. 거리낌이 없는 무애의 세계, 우리는 언제 그 같은 세계에서 거닐어 볼 수 있을까.”